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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메밀과 함께 한걸음 더 나아가는 제주문화 이야기
[ 국제신문 l 2019-02-12 ]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제주몸국과 고사리육개장> 2019.03.15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제주몸국과 고사리육개장>"


섬마을 애환 서린 제주식 고깃국... 찐득한 국물에 온몸 풀리네


국제신문 | 2019-02-12




# 바다향 물씬 ‘몸국’


- 겨우내 바다서 채취한 참모자반
- 고기 국물과 만나 달큼하고 짭짤
- 오도독 식감 느끼며 씹는 재미도
- 잔칫상 흥겨움 더할 음식 ‘제격’


# 고소하고 깊은 ‘고사리육개장’


- 돼지육수에 먹고사리 넣은 탕국
- 메밀가루 더해 구수한 맛까지
- 밤새 끓인 걸쭉한 국물 ‘황홀’
- 한겨울 몸과 마음 데워줄 보양식



어느 지역이든 마을이나 집안 대소사에는 마을 구성원 전체가 모여 십시일반 함께 참여하고, 함께 먹고 나누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행사 규모에 따라 소나 돼지를 잡고, 갖은 나물에 전과 찜 잡채 등을 내고, 밥과 탕국을 곁들여 함께한 이들에게 대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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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도 그러한 풍습은 다르지 않은데, 워낙 척박하고 고립된 환경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넉넉히 차릴 수는 없었다.


제주의 마을 대소사에는 대부분 돼지를 잡았다. 하지만 사람 수에 비해 돼지고기양이 턱없이 모자랐다. 해서 수육은 사람 수대로 두세 점씩 골고루 돌아가도록 나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고기 든 음식을 맛보아야 했는데, 그 음식이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제주육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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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진국’이 바탕


    
 몸국에 들어가는 모자반.


돼지를 삶을 때 큰 가마솥에 부위별로 고기를 삶아내고, 그 뒤 내장을 삶고, 그런 다음 수애(순대)를 순서대로 삶고 나면 진한 국물과 고기 부산물이 남는다. 여기에다 제주 연안의 ‘참모자반’이나 한라산, 곶자왈 등지에서 캔 ‘먹고사리’를 넣고 탕국을 끓여내 먹는 것이다.


돼지고기와 뼈는 물론이고 내장과 순대까지 삶아내 진국이 된 돼지국물에 겨우내 채취해 말려놓은 참모자반을 물에 불려 듬성듬성 썰어 넣고 묽은 메밀반죽을 만들어 ‘물조베기(묽은 수제비)’를 떠 끓여내면 몸국이 되고, 봄철 채취해 말려놓은 먹고사리를 물에 불려 형체 없이 물러질 때까지 푹 삶아내고 메밀가루를 풀어 넣어 끓여내면 고사리육개장이 된다.


이처럼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은 제주를 대표하는 탕국으로 잔치나 초상 등 많은 손님을 치르는 마을의 대소사에는 빠져서는 안 되는 행사 음식이었다. 몸국은 해안 마을에서, 고사리육개장은 내륙이나 산간 마을에서 주로 해 먹었다.


제주 관혼상제 습속으로 보자면 잔칫상에는 몸국을, 제사상에는 고사리육개장을 끓여 참석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관례였다. 고사리는 무덤가에 주로 자생하기에 망자의 것이라 여겨 잔칫상에는 쓰지 않는 전통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돼지국물 바탕의 탕국이라도 잔칫상에는 몸국, 제사상에는 고사리육개장을 각각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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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을 풀어 넣은 이유


    
 많은 손님이 줄을 선 제주도의 몸국·고사리육개장 식당.


몸국의 주재료인 제주 ‘참모자반’은 제주 바다에 지천으로 널렸던 해조류로, 여린 것을 식용으로 하는데 주로 나물처럼 ‘몸무침’으로 만들어 먹는다. 반면, 몸국을 끓일 때는 씹는 식감을 살리기 위해 비교적 억센 모자반을 사용하여 끓여낸다.


고사리육개장의 주재료인 먹고사리는 제주 산간 지방에 자생하는 양치식물로 ‘고사리 장마’(4월 초 제주도의 짧은 우기) 때 채취해 말려놓았다가 쓰는데, 줄기가 굵으면서도 속이 비어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고사리의 독특한 향이 좋아 인기가 높다. 그래서 예부터 왕에게 진상하던 진귀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탕국은 진한 돼지국물 육수를 쓴다는 점 말고도 메밀을 풀어 넣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귀한 돼지고기의 국물이다 보니 이 또한 소중했으리라. 이 국물을 활용하여 든든한 음식을 장만하고자 하다가 착안한 방식이 진하고 고소한 풍미와 걸쭉한 포만감을 주는 메밀을 풀어 넣고 탕국을 끓여내는 것이었다. 이는 돼지 특유의 느끼함을 제거하기도 했거니와 어려운 시절 국 한 사발로도 여러 사람이 흔쾌히 먹을 수 있던 조리방법이기도 했다.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은 “몸국과 제주육개장(고사리육개장)은 제주 사람들의, 격의 없이 어우러지는 어울림과 버리는 것 없이 함께 먹는 알뜰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제주의 전통음식”이라며 “국물 한 방울이라도 온 동네 사람 모두 귀한 고기 맛을 볼 수 있도록 그 양을 불려서 먹도록 배려한 음식으로,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온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가장 제주다운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찐득한’ 국물 풍성한 맛


제주 전통음식을 전문으로 내는 식당을 찾아갔다. 평일 아침나절인데도 수십여 명이 제주음식을 먹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을 주문한다. 우선 몸국을 맛본다. 뚝배기 속 푸르스름한 색감의 몸국 위에 대파와 깨소금, 고춧가루가 고명으로 올랐다. 한술 떠보니 진하고 짭조름한 바닷말 냄새가 물씬 풍긴다. 모자반의 기포와 엽체가 자잘하게 씹혀 식감이 재미나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니 제주의 참모자반과 잘게 찢은 돼지고기가 뭉글하다. 참모자반의 그 기포 속에 들어차 있는 국물이 입안에서 톡 터지는 식감 또한 흥미롭다.


고사리육개장도 맛본다. 팥죽색이 도는 것이 먹음직스럽다. 첫맛은 진한 고깃국 맛이 돈다. 두 술을 뜨니 고소함이 올라온다. 고사리와 고기를 잘게 찢은 식감이 제대로다. 오징어 젓갈을 함께 곁들이니 그 맛이 아주 풍성하고 조화롭다. 먹고사리로 육개장을 끓일 때는 살코기가 많은 뒷다리 부위를 완전히 물러질 만큼 충분히 삶아 국을 만든단다. 일부 지역에서는 살코기를 절구에 찧어서 국물에 넣고 다시 끓이는데, 이렇게 조리하면 결대로 찧어진 고기와 고사리가 한데 어울려 진한 맛을 더한다는 것이다.


두 국 모두 국물이 걸쭉하다 못해 찐득하다. 그래서 그 맛도 진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모두 오랜 불에 밤을 새워 은근하게 끓였으리라. 밥을 한 덩이 넣어 말아서 먹어본다. 밥알이 입안에 고슬고슬 돌며 국물과 뒤섞이고 건더기와 어우러지며 또 다른 흥미진진한 맛을 자아낸다. 뒷맛이 구수한 것은 메밀가루를 넣어 맛을 더욱 짙게 했기에 그럴 터이다. 그래서 두 음식 모두 건강하고 든든한 보양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애환 담긴, 제주만의 맛

 
척박한 땅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던 제주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 몸국과 고사리육개장.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는 이마저도 마을 대소사 때나 먹던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관광객이 꼭 먹어야 할 제주음식,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첫손 꼽히고 있는데, 그만큼 지역 음식으로서 특징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이즈음이라 아쉽기도 한 터이다.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90213.22020002213